중국, 한국에 ‘반도체 공급망 협력’ 요청... 난처한 한국

중국, 한국에 ‘반도체 공급망 협력’ 요청... 난처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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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디트로이트 WBC호텔에서 왕 원타오(Wang Wentao) 

중국 상무부 부장과 면담을 갖고 있다. /산업부 제공  © 제공: 조선일보



25~26일(현지시각)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에게 ‘반도체 공급망’과 관련해 대화와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미 마이크론의 자국 시장 퇴출을 공식화한 직후, 한국에 원활한 반도체 공급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한국에 “마이크론의 자리를 대체하지 말라”고 하는 상황이어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안덕근 본부장은 이틀간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통상 장관회의에 참석해 미국·중국·캐나다·칠레 등 주요 APEC 회원국의 통상 장관들과 양자 회담을 가졌다.

산업부는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회담에선 상호존중을 기반으로 양국 경제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안 본부장이 중국측에 교역 원활화와 핵심 원자재·부품 수급 안정화를 위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고, 중국 내 우리 투자기업들의 예측 가능한 사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이 밝힌 내용은 조금 달랐다. 27일 중국 상무부 위챗 공식 채널은 한중 통상 장관이 디트로이트에서 만나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측은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 영역에서의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 관련 대화와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중국측 발표에 따르면 안 본부장은 “최근 몇 년간 한·중 경제무역 관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양국 간 긴밀한 협력 관계는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적이고 원활한 흐름을 보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 본부장은 “한국은 양국 간 경제·무역 협력 관계를 더 심화시키고, 역내 및 다자 틀 아래 양국 간 협력 영역을 확장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왕원타오 상무부장은 “양국 정상의 전략적 지도 아래 중한 경제·무역 관계가 심화·발전했다”며 “중국의 수준 높은 대외 개방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한국과 함께 양자 무역 및 투자 협력을 심화하는 것을 비롯해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을 수호하고, 양자 및 지역에서의 협력과 다자 차원의 경제·무역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를 원한다”고 했다.

앞서 중국 당국은 지난 21일 “(마이크론 제품은)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문제가 있다”며 “중요 정보 인프라 운영자는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중단해야 한다”며 미 반도체 기업에 첫 제재를 가했다. 중국이 자국 반도체 기술력이 아직 필요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는데도 미국에 강력 제재를 가한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기업으로부터 조달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은 세계 3위 메모리 업체로 지난해 전체 매출 중 중국 비율이 약 11%다.

미국은 노골적으로 한국에게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대체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월, 미 백악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중국이 예고한 미 반도체 제재가 개시될 경우,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대체하지 말라”고 요청했다는 FT 보도가 나왔다. 이어 23일(현지시각)에는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 미·중 전략경쟁 특별위원회 위원장(공화당)이 대중 보복 조치를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에서 한국을 직접 거론했다. 갤러거 의원은 한국을 ‘최근 몇 년간 중국 공산당의 경제 강압을 직접 경험한 우리의 동맹국’이라고 지칭하면서 “미 상무부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에 부여된 수출 허가가 마이크론 공백을 채우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는 한국 기업들의 중국 반도체 공장 제재 완화를 놓고 미국 정부과 협상하고 있어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법적 규제를 시행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한국이 당장 중국에 반도체 공급을 끊지는 않을 것”이라며 “첨단 반도체가 아닌 일반 범용 메모리 반도체 범위 내에서 로우키로 거래하지 않을까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국도 자국 반도체업체를 키워 자급자족력을 높이려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틀간 열린 APEC 통상장관회의 결론을 담은 ‘공동성명’은 중국과 러이사의 반대로 채택되지 못했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의장성명을 통해 “회의에 참석한 모든 장관이 1~3, 5~13항의 공동 성명에 합의했다”며 “다만 2022년 11월19일 APEC 정상회의 당시 성명에서 발췌한 4항을 놓고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철수를 요청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APEC 통상장관회의는 26일 의장성명으로 대체하고 회의를 마쳤다. 타이 대표는 “APEC 정상회의에서는 공동 성명이 채택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차기 APEC 정상회의는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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