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비행기 충돌’ 설계한 범인, 사형 면하는 대신 유죄 인정에 합의
2003년 1월 파키스탄에서 미 당국에 의해 체포된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 /AP 연합뉴스
2001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국방부 펜타곤 청사를 공격한 9·11 테러 공모자들이 유죄를 인정하기로 미 정부와 합의했다.
지난 31일 뉴욕타임스는 테러 공모 주범인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와 공범 2명이 사형 대신 무기징역형을 선고받는 조건으로 기소된 모든 범죄에 대한 유죄를 인정하기로 미국 군 검찰과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 모하메드는 오사마 빈라덴에게 ‘비행기 충돌’ 아이디어와 실행 계획을 제시하는 등 테러를 공모했고, 2976명을 테러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범인 왈리드 빈 아타시, 무스타파 알하우사위는 테러범을 선발하고 훈련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검찰은 이번 합의에 대해 테러 피해 유가족에게 서한을 보내고 “이번 합의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엇갈린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을 안다”면서도 “절대 가벼운 결정이 아니다. 사건의 결론과 정의에 다다르기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21년 전인 2003년에 미 당국에 체포됐던 범인들에 대한 재판이 아직까지 계속 중인 이유는 이들이 체포 이후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심문 과정에서 불법적인 고문을 당했다면서 당시 스스로 유죄를 인정했던 진술이 증거로서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이를 빌미로 피고인들은 사전 심리 절차만 10여 년을 끌었다. 2012년 관타나모 특별군사법정 재판이 결정된 후에도 공판 전 심리만 40번 넘게 진행됐다.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1년 6개월여간 모든 절차가 중단된 적도 있다. 이 같은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바뀐 재판장만 8명이다.
뉴욕타임스는 피고인들이 유죄 인정에 합의했지만 실제 선고는 빨라야 내년 초에 나올 것으로 봤다. 우선 군 배심원단을 꾸리고 증거를 청취하는 과정을 밟아야 해서다. 사건 담당 미군 아론 러그 수석검사는 피고인들이 테러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회복적 정의 구현을 위해 유가족들로부터 질문지를 받아 연말까지 답변서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휘원 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