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자 ‘노예’처럼 부린 사바나 업체에 58만불 배상 ‘철퇴’
불체자 '노예'처럼 부린 업체에 58만불 배상 '철퇴' / 창고 이미지 사진: UnsplashRuchindra Gunasekara
사바나 물류업체에 58만불 체불임금 지급 판결
9개국 거쳐 밀입국한 중국 출신 노동자 등에
하루 13시간 일시키고, 불체자라며 임금 체불
조지아주에서 중국과 남미 출신 이주 노동자에게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임금을 주지 않은 사바나 물류업체가 총 58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게 됐다.
이민자 권익보호 단체인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AAAJ) 애틀랜타 지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중부연방지방법원은 사바나에서 물류창고를 운영하는 이그린(Egreen)에 대해 손해배상금과 미지급 임금을 합쳐 58만 달러를 지불하라고 지난 1월 판결했다.
이 사건은 작년 4월 중국 출신 남성 13명이 사바나 시 경찰서에 임금 체불 피해를 고발하며 처음 알려졌다. 이들은 시간당 18달러의 임금과 숙소, 교통편을 약속받고 중국에서 45일간 9개 국가를 거쳐 미국에 밀입국했다.
하지만 하루 13시간씩 주 7일 일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하자 이웃의 도움을 받아 고용주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연방 노동부는 추가 조사를 통해 이들 외에도 불체자 48명이 임금을 받지 못한 채 강제 노동에 동원된 것을 확인했다.
애틀랜타 저널(AJC)은 “사바나 지역의 물류와 제조업 성장으로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결과, 노동 착취 위험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조지아 서던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진출로 이 지역의 제조업은 지난해 2022년 대비 25% 성장했다. 2년간 늘어난 제조업종에서 4600명, 총 3억 달러 규모의 고용을 창출했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단속 정책과 제조업 붐이 시기적으로 맞물렸다는 점이다. 전국이민협의회(AIC) 통계에 따르면 조지아 제조업 인력의 17.6%는 이민자가 메우고 있다.
애틀랜타 이주노동자 보호단체인 서리걸(Sur Legal)의 다니엘라 로드리게스 변호사는 “이그린의 노동착취 사례는 사바나 지역에서 이주노동자의 인권 침해가 증가할 수 있다는 조짐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을 두려워하는 노동자가 많아질수록 인신매매성 노동착취가 암암리에 증가할 수 있다”는 게 이민단체의 전망이다.
연방정부는 서류미비자라 하더라도 일하면서 학대 등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 이를 신고하면 특별취업 허가와 추방유예 조치를 최장 4년간 인정해준다. 국토안보부(DHS)가 2023년부터 운영하는 노동자 한시 추방유예 프로그램(DALE)을 통해서다. 연방정부 심사를 거쳐 추방유예 결정을 내리는데 근 2년간 7700명 이상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구제됐다.
<©중앙일보>장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