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된 권한대행 시정연설…우원식 "할일과 하지 말일 구별" 한덕수 직격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이 24일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향해 일침을 날리자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장석으로 몰려가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국회를 찾아 12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해 “우리 경제의 회복과 도약에 소중한 마중물”이라며 “조속히 심의·의결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추경안 시정연설을 통해 “위기 대응에는 정책 내용만큼이나 추진하는 타이밍도 너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한대행이 시정연설에 나선 것은 1979년 이후 46년 만이다.
한 권한대행은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0.1%, 전기 대비 -0.2%를 기록했다”며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재해·재난 대응(3조 2000억 원) △통상 및 인공지능(AI) 지원(4조 4000억 원) △민생 안정(4조 3000억 원) 등으로 구성된 이번 추경안은 당면한 위기 돌파에 필수적인 사업들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의 신속한 복구를 위해 재해대책비를 3배 보강하겠다”며 “미 관세 조치 등으로 인한 수출 기업 유동성 경색을 방지하기 위해 정책금융기관에 1조 500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해 특별자금 25조 원이 필요한 곳에 공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AI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은 국가의 미래 성장과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며 첨단산업 투자 확대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본격화한 한미 관세 협상의 큰 방향도 재차 밝혔다. 그는 “국익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이라며 “3대 분야(무역균형·조선·액화천연가스)를 중심으로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합의점 모색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대내외적 위기 상황에서 국익을 지켜낼 방법은 신뢰 회복, 협치뿐이라는 자신의 국정 철학도 분명하게 드러냈다. 그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등 국가 위기 사례를 언급하며 “(국난) 극복 과정에는 정부·국회가 서로 긴밀하게 소통하며 협력했던 진정성 있는 노력이 있었고 국민들께서는 아낌없이 응원해 주셨다”며 “서로 신뢰하며 협력할 때 우리 앞에 놓인 난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정연설을 계기로 ‘한덕수 대망론’은 더 힘을 받는 양상이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시종일관 비장한 표정과 단호한 태도로 눈길을 끌었다. 한 권한대행이 본회의장 단상에 오르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내란대행 사퇴하라”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평소 같으면 소란이 잡힐 때까지 기다렸을 한 권한대행이지만 이날만큼은 아랑곳하지 않고 즉각 연설을 시작했다. 즉흥적으로 추가된 발언도 눈에 띄게 늘었다.
각 당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수로 호응했지만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은 무반응을 보이거나 이석하며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이승배 기자,김현상 기자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