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윤여정,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2021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윤여정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함께 후보로 오른 마리아 바칼로바(보랏2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글렌 클로즈(힐빌리의 노래), 아만다 사이프리드(맹크), 올리비아 콜맨(더 파더) 등을 제쳤다.
이번 수상으로 윤여정은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은 최초의 한국 배우가 됐다. 또 1957년 영화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아시아 배우라는 기록도 세웠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고 연출했다. 1980년 남부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그렸다. 윤여정은 이 영화에서 딸 모니카(한예리)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앞서 ‘미나리’는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공개된 이후 크고 작은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100여개의 상을 휩쓸었고 그중 30여개를 윤여정이 차지했다. 자연스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유력 후보로 떠오른 그는 평단의 예측에 따라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한국 영화계에 새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LA돌비 극장에서 열린 시상식 무대에 오른 윤여정의 수상소감은 시작부터 웃음을 선사했다. 지난해 남우조연상을 수상, 이번 여우조연상 시상을 맡은 브래드 피트에게 이름이 호명된 윤여정은 “브래드 피트, 마침내 만나서 반갑다(Finally nice to meet you). 우리가 영화 찍을 때 어디 계셨나요?”라고 콕 집는 유머로 좌중을 폭소케 했다.
그는 또 “내 이름은 요정, 야정이 아니라 여정”이라면서 미국 현지인들이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한국어 이름 ‘윤여정’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잘못 불렀어도 오늘 용서해주겠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어 “정말 만나 뵙게 되어 반갑다. 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에서 왔다. 사실 아시아권에서 살면서 서양 TV 프로그램을 자주 봤다. (그래서)TV로만 방송프로그램 보듯 아카데미 시상식을 봤었는데, 오늘 직접 이 자리에 오게 되다니 믿을 수가 없다”고 소감을 이어간 윤여정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는 잠시 “제가 조금 정신을 가다듬어보겠다”면서 숨을 돌린 뒤 “나에게 투표를 해준 아카데미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표를 던져주신 분 너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윤여정은 이어 “미나리 원더풀”이라면서 “스티븐, 정이삭 감독님, 한예리, 노엘 우리 모두 영화를 찍으며 가족이 됐다. 무엇보다 정이삭 감독님이 없었다면 제가 이 자리에 설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감독님은 우리의 캡틴이자, 제 감독이셨다. 너무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고는 “나는 경쟁을 믿지 않는다”고 소감을 이어갔다. 그는 “어떻게 내가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글렌 클로즈와 같은 대배우와 경쟁해 이기겠는가. 다섯 후보는 다 각자의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했다. 미국 분들이 한국 배우들에게 특히 환대를 해주시는 것 같다”면서 “나는 이긴 게 아니라 아마 다른 배우들보다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겸손’과 ‘의미’를 담은 그의 말에 배우들은 박수를 보냈다.
윤여정은 또 “우리 두 아들에게도 감사하다. 두 아들이 항상 저에게 일하러 나가라고 하는데 이 모든 게 아이들의 잔소리 때문이다.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상을 받게 됐다”며 특유의 유머를 담은 감사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기영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나의 첫 번째 영화를 연출한 첫 감독님이다. 여전히 살아계신다면 수상을 기뻐해 주셨을 것”이라면서 “모두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