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론 이재명 "이념 다 덮자…극좌 내가 걸러" 중원공략 쐐기?
지난 4월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대구 북구 사회혁신커뮤니티연구소 협동조합 소이랩에서 열린
K-콘텐츠 기업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이재명, 당내 경선 90%안팎 득표율 고공행진 중
'찬탄' 원로 보수논객들 만나 '탈이념' 피력
"먹고살아야…대통령되면 친일·과거사 덮을 것"
"보수·진보 안 가리고 장관…이념보단 유능"
최근 정세균까지 비명 잠룡들 만나…통합론
대세론에 올라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경선 초입부터 90%안팎 득표로 '집토끼'를 휘어잡은 가운데 중원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적극 비판하고 탄핵에 찬성해온 원로 보수논객들을 만나 탈이념 구상을 피력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그는 지난 21일 친박·반윤 기조의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를 지지해온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과 만찬을 가졌다. 만찬 당시 정국 관련 직·간접적 의견 교류가 있었고, 비정치적 현안으로 한자교육 강화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주필은 22일 유튜브 '정규재tv 시즌3'를 통해 이 전 대표가 "보수는 대북전단지 날려 북한을 괜히 자극하는 것 좀 안할 수 없냐"는 취지로 말한 뒤 "대통령이 되면 일체의 이념이 섞여드는 문제는 아예 미뤄두려고 한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이념 타령같은 걸 할 형편도 아니다. 우선 먹고 살고 봐야한다. 그래서 친일파, 과거사 이런 문제 모두 덮으려고 한다"며 "여기서 더 우리 국민들이 분열로 가면 안 된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그는 "깜짝 놀랄 얘기"라고 평했다.
정 전 주필은 이 전 대표가 "장관은 보수 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고 말했다고도 밝혔다. 당 정체성에 관해선 "민주당 안에 이제 극좌는 없다. 종북주사파는 없다고 자신한다"며 "지난해 4·10 총선에서 대부분의 극좌 세력이 경선 과정에서 탈락했다. 그 과정에서도 탈락하지 않는 7명은 공천을 통해 교체했다. 민주당의 극좌는 대부분 탈락했다"고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콤플렉스, 분노 극복 여부'에 대한 질문엔 "작년, 재작년 정도"라고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이 전 대표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앞날에 관해 "민주당과 경쟁관계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본 한편 '대선 후 민주당 분당 가능성'에 "아닐 것같다. 당내 극좌는 이미 없다. 경선 과정에서 다 걸렀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정 전 주필은 또 이 전 대표가 "지금 민주당 공부 열심히 한다. 홍성국 의원 경제 강의하는데 의원만도 70명씩 참석해 우리를 놀라게 한다. 박지원·정동영 의원 등 원로들도 열심히 공부한다. 민주당이 이렇게 열심히 일해본 적이 없다"고 피력했다고 전했다.
조갑제 대표도 이날 유튜브 '조갑제TV'를 통해 이 전 대표가 만찬에서 "보수가 윤석열의 계엄을 편들면서 사실상 사라졌고 자신들이 보수 역할을 하고 있다. 건전한 보수가 사라지는 게 결코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중도보수론'을 재확인한 셈이다. 또 "이념을 기준으로 하는 갈등 비용이 너무 비싸졌다. 작년 총선을 계기로 민주당에서 종북적 영향력을 줄인 것이 자신", "이념적 동지성보단 '유능한 사람' 위주로 인사를 해야겠다"는 발언도 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정 전 주필은 "한자교육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공감됐다"며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지적으로 떨어지고 정치적 충돌로 치닫는가, 상대방에 속한 걸 완전히 적으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된 이유는 뭘까. '한자교육이 안돼서 그런가' 여러가지 걱정이 있었다"고 했다. 조 대표도 "(이 전 대표에게)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설명했더니 동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준비했던 교과과정 내 한자교육이 폐기됐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통합 행보로 당내 입지도 다져왔다 .지난 2월부터 김경수 전 경남지사, 박용진 전 의원, 김부겸 전 국무총리,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동연 경기지사 등 비명계 잠룡들 연이어 만났다. 이달 16일엔 서울 모처에서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만났다. 새미래민주당 탈당 무소속인 김종민 의원은 21일 CBS유튜브에서 "'반명 빅텐트'를 내걸고 국민의힘과 손잡겠다는 건 내란 세력과 연대하겠다는 뜻"이라며 이 전 대표에게 에둘러 힘을 실었다.
한기호 기자 ⓒ 디지털타임스